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을에 수분이 가득한 감과 겨울에 먹는 홍시, 하얀 분이 듬뿍 묻은 곶감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과일이다. 그렇다면 날감, 홍시, 곶감의 성분이 모두 같을까? 궁금하던 중에 우연히 책을 보고 옮겨봅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나면서 여러 가지 방사능물질이 유출되어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중에는 스트론튬이라는 치명적인 방사능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반감기가 무려 28년이나 되고, 체내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않으며 중풍을 일으키기도 하는 위험한 방사선 종류이다. 이런 스트론튬도 타닌(Tannin)과 결합하면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는 특징이 있는데 과거 러시아가 체르노빌 사건 때 주민들에게 화이트 와인보다도 드라이한 레드 와인을 권장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이웃 일본으로부터 넘어 오는 방사능 물질에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면 타닌이 함유된 레드 와인을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카베르네 쇼비뇽 품종은 타닌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와인이다.
그렇다면 와인 외에 타닌 성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무엇이 있을까? 바로 덜 익은 감을 들 수 있다. 감은 숙취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좋아 술 마신 뒤 후식으로 많이 먹는 과일이다. 반면, 변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은 감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설도 있다. 확실히 감에는 변비의 원인이 되는 성분이 들어 있다. 감을 먹다보면 덜 익은 감의 경우 떫은맛을 느끼는데, 이 맛을 내는 타닌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변비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타닌 성분은 지방과 작용하여 변을 굳게 만들기 때문에 많이 섭취하면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설사에 걸린 사람에게는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절, 우리 할머니들이 어린아이가 설사를 하면 감을 으깨서 먹이곤 하셨는데 이것은 참 좋은 민간요법 중에 하나이다.
감이 익어 홍시가 되고 곶감이 되면 이런 특성은 점차 줄어든다. 타닌 자제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떫은맛을 내는 수용성 타닌(카테콜 류, 카테킨)이 점차로 물에 녹지 않은 불용성이 되면서 떫은맛의 활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과일이 익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용성 타닌이 불용성로 바뀌는경우도 있지만, 인공적으로 감을 익혀 떫은맛을 없애버리기도 하는데 이것을 '탈삽(脫澁)'이라고 한다. 일반 감의 타닌 성분들을 불용성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곶감을 만드는 것이 있다.
곶감은 보통날감의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만드는데, 곶감이 되면 감의 영양성분도 변한다. 곶감이 내는 단맛은 대부분 포도당과 과당으로 말리는 과정에서 날감보다 무려 4배나 증가하게 된다. 곶감 표면에 있는 하얀가루가 바로 포도당과 과당이 결정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곶감을 살 때는 흰 가루가 많고 도톰하고 단단한 것을 택하는 것이 좋다. 당 이 외에도 칼슘, 카로틴, 단백질 등이 함유되어 있고, 특히 비타민 C는 사과의 8~10배나 포함되어 있으며, 비타민 A의 함량도 2배 정도 많다. 곶감은 감을 말리는 과정에서 과일의 당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어는점이 0℃ 이하로 내려가 잘 얼지 않는다. 수분이 거의 없는 곶감이 얼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보관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성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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